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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일기

비전공자, 부트캠프 출신 개발자의 일본 기업으로 이직한 썰과 IT 업계에 대한 사견

by 팡펑퐁 2025.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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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자기소개

  • 일어일문학을 전공했다.(졸업 전 N1 취득)
  • 학부 시절 일본 유학을 1년 경험했다.
  • 코드스테이츠 자바 & 스프링부트 기반 백엔드 엔지니어링 부트캠프를 수료했다.(6개월 코스였다)
  •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에서 2년을 채우고 다음 주에 퇴사할 예정이다.

 

왜 일본인가?

 내 전공인 일본어🇯🇵와 직업인 개발 일💻을 둘 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여전히 어렵고 답답한 한국 IT 구직 시장으로부터의 탈출, 글로벌하게 살고 싶다는 꿈 등 여러 생각이 합쳐져 준비 및 지원을 하게 되었다.
 

준비 기간?

작년 12월 말에 준비하여 두 곳의 회사에 지원했고 한 곳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준비 기간은 전형 기간 그대로인 약 2 달정도였다.
 

그동안 일본 이직을 등한시했던 이유?

 그간 일본 회사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2년 전 부트캠프 수료 후에 곧장 일본 대기업 여러 군 데를 지원해 봤는데 전부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었고, 1-2 달에 한 번씩 링크드인을 통해 연락 오는 일본인 헤드헌터들은 나에게 전부 SI, SES 회사만 추천했다. 나는 자사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SI, SES만 추천하니 아직 때가 아니구나 생각했었다.
 

SI, SES에 대한 사견

 누군가 나에게 SI, SES에 대해 신입으로 들어가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면 생계가 걸린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 남의 것을 만들어 주는 것. 이건 절대로 내 것(자사 서비스)만큼의 관심과 시간을 쏟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계부터 개발까지의 각 선택의 순간에 하는 고민의 깊이도 다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중을 생각하면서 설계나 개발하기 쉽지 않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개발자에게 요구사항의 모든 걸 한 번에 알려줄 수 없을 테니 rough 한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개발해야 한다. 계약 기간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 변경은 덤이다. 이상적인 환경이라면 효율적으로 소통하며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끝내고 보람도 느낄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이트한 개발 일정, 애매모호한 요구사항에 치이면서 개발하다 보면 유지보수성, 확장성 있는 개발은커녕 돌아가게만 하기도 바쁠 것이다. 우리 회사에서도 3-4번 외주 업체와 프리랜서에게 개발을 맡긴 적이 있는데 그들이 만들어 낸 코드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었다. 정말 우리가 말한 기본 요구사항에만 충실했다. 이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조금만 변화를 주려고 하면 상당한 양의 코드를 뜯어고쳐야 하거나, 겉으로는 충실히 구현한 것처럼 보일뿐 내부는 빈껍데기였다든가, 변수명을 a나 b로 하는 등 유지보수를 하기 너무나도 어렵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당장의 요구사항을 쳐내기만 하는 개발만 하는 것 같았다.
 

다양한 개발 환경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를 수 있겠다. 아마 반대 의견이라면 이런 의견이 있을 것 같다. 

 

  • 사용자 중심의 만족감
    SI나 SES에서도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든다는 점은 동일하다. 특히 고객이 직접 사용하게 될 시스템을 구축할 때 고객사의 실제 문제를 해결해 주고 고마움을 들을 수 있는 보람이 있다. 이건 자사 서비스와는 또 다른 종류의 성취감이 될 수 있다.
  • 다양한 경험과 기술 축적
    다양한 산업군(금융, 제조, 의료 등)의 시스템을 만들어보면서 폭넓은 도메인 지식을 얻고, 각기 다른 기술 스택과 문제 해결 방식을 접할 수 있다. 이는 나중에 자신만의 서비스를 만들거나,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시니어 개발자로 성장하는 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잘만 활용하면 이후 자신의 사업을 할 때 더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
  • 자율성과 책임의 기회도 존재
    모든 SI/SES가 ‘단순한 외주 하청’ 구조인 건 아니다. 고객과의 직접 소통, 기획 단계부터 참여, 아키텍처 설계 등 핵심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 커리어 전략적 측면에서도 고려할 만함.
    특히 커리어 초기에는 SI/SES에서 다양한 실무 경험을 통해 기본기와 실전 감각을 쌓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위의 의견에 부합하는 SI/SES 회사가 얼마나 있냐는 것이다.

 
 작년쯤 링크드인에 어떤 시니어 개발자가 SI에 대해 글을 쓴 걸 보았다. 경력을 보아하니 SI 경험은 해 본 적이 없는 유니콘 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골고루 다닌 훌륭한 커리어의 개발자였다. 글의 내용은 이러하다. '환경이라는 핑계로 불평만 하지 마라', '각자의 환경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있으며 그것에 집중하면 성장이 된다', '환경만 탓하면 성장할 수 없고, 성장하지 못하면 본인 책임이다'라는 내용. 겉으로만 보면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내 주변 동기들 중에 중소 SI에 다니고 있는 이들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커리어를 걱정하며 푸념하는 SI 개발자에게 단순히 환경 탓만 하지 말고 노력하라고 가볍게 얘기할 건 아닌 것 같다. 이 세상에 배울 게 없는 상황은 없다. 갓난아기의 인간 본능적인 모습을 보면서도 배울 게 있다. 문제는 많은 중소 SI의 업무 환경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장하기 어렵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허구한 날 그만두는 동료 개발자들에 의해 업무량은 쌓이고, 클라이언트에게 심하게 치이는 상황,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개발 내외적으로 무언가 변화를 주려고 해도 내부에서 막히고, 현장에서는 외부 사람이기 때문에 접근 권한도 매우 제한적으로 두어 무언가 개선할 기회조차 없고, 심지어 개발 업무를 안 시키고 엑셀 작업이나 JSON 파싱 작업만 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걸 이겨내고 집에 와서 최신 기술 스택을 공부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코테를 준비한다고 서류 통과가 잘되는 시기도 아니다. 부트캠프 출신 비전공자 이력서는 열람 후 3초 안에 떨어뜨리는 게 대부분인데. 나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너무나도 많은 양산형 부트캠프나 국비지원 덕분에 취준생 및 신입 개발자가 많아지니 교육자라고 자칭하며 무책임한 말을 아무렇게나 하는 시니어 개발자가 종종 보인다. 분명 노력 안 하고 징징대는 건 극혐이다. 그리고 시니어들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노력 부족이나 마인드 문제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고 본다. 많은 중소 SI의 업무 환경은 주니어 개발자가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모든 걸 이겨낸 사람을 대단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지원 계기?

 작년 12월 중순이 될 때까지만 해도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자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국내 이직을 먼저 도전해 보고 3, 4월부터 해외 이직도 함께 알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12월 마지막 주에 부트캠프 동기 분께서 카톡으로 공유해 주셨는데 일본 기업의 채용 공고문이었다. 급여나 회사 규모가 마음에 들어 급 관심이 갔다. 원래 1월부터 본격적인 이직을 준비하려고 했으니 이렇게 된 거 이걸 통해 해외 이직을 먼저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작년 가을부터 비즈니스 일본어 시험인 BJT를 조금씩 공부하고 있기도 했다. 그러던 중 자사 서비스를 운영 중인 일본 기업의 좋은 공고를 보니 해외 취업에 대한 불씨가 확 되살아났다. 그날로 잠을 줄이며 경력기술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였다. 약 일주일 간의 서류 준비를 끝내고 추가로 알아본 회사 한 곳을 더해 총 2 곳을 지원했다.
 
 두 회사 모두 사원 수가 천 명이 넘는 매우 큰 규모의 회사였다. 이외에도 기술 블로그 및 사내 엔지니어 동아리 및 컨퍼런스 운영 등 엔지니어 특화 문화와 복지를 갖추고 있었다. 내가 개발자가 된 이후 항상 꿈에 그리던 그런 회사와 일치했다.
 

서류 전형

 그리고, 일주일이 안돼서 두 회사 모두 서류합격을 받았다. 매우 놀랐다. 불과 2 년 전에는 일본 기업은 모두 서류 탈락을 했었기 때문에 2 년 간의 방향성과 노력이 틀리지 않았구나 확신을 한 순간이었다. 또한,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같은 급의 한국 회사를 들어가려면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국의 중견 이상 기업에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경험, 스킬 위주로 보는 것도 그렇고 현재의 국내 IT 업계의 처참한 상황을 생각하면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추가로 한 회사에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라고 해 일주일간 경력기술서에서 가장 어필하고 싶은 세 가지 내용을 추려 포트폴리오에 그림과 설명을 넣는 작업까지 했다.(이것도 매우 고된 작업이었다.

 

1차 면접

A 회사 - 일본어 테스트 및 인사 면접

 첫 면접이었기 때문에 인사 면접임에도 정말 긴장했다.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사실 일본어를 안 쓴 지 너무 오래됐고, 연습도 하루 이틀 밖에 하지 않아 막상 시작 전에는 내 심장 소리를 오랜만에 들을 수 있었다. 면접이 시작되고 나서는 자기소개와 내 얘기를 늘어놓았더니 끝나버렸다. 막상 시작되니 술술 나왔던 것 같다.
 

B 회사 - 현장 엔지니어 기술 면접

 마찬가지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A 회사에서 입을 풀었으니 B 회사는 비교적 긴장이 덜 했다. 문제는 기술 면접이었다는 건데 내 경험과 지식을 일본어로 전달하려면 기술 용어를 전부 일본어로 바꾸고 암기해야 했는데 준비가 안된 상태로 덜커덕 붙은 거라 준비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리고 어떤 질문이 나올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단지, 한국과는 다르게 기술 질문을 퀴즈처럼 내는 것보다 경험 위주로 물어본다고 하여 내 경력기술서 기반으로 준비했다. 그럼에도 너무 준비가 부족했다.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성능 최적화 관련된 경험을 푸는데 쿼리(query)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한 1 분쯤 얘기했나 면접관님 표정이 갸우뚱한 게 뭐지 싶었다. 그때 면접관님이 쿼리가 뭐냐고 물어보셨다. 내가 말한 내용을 많이 이해 못 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쿼리에 대해 막 이야기를 하니 あ、クエリか!라고 하셨다. 일본어로는 '쿠에리'였던 것이다. 순간 면접관 두 분과 나 모두 빵터졌었다. 한 면접관은 시종일관 무표정에 무서운 얼굴이었는데 이때만큼은 활짝 웃으셨다. 아무튼 이런 식이었다. 면접 중간중간에 내가 쭉 말한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고 그럼에도 난 최선을 다해서 이야기했다.
 
 경험에 대해 허투루 넘어가는 것 없이 깊게 물어봤다. 한국이 네가 얼마나 아는지 보자 하는 퀴즈쇼 같은 느낌이면 일본은 네가 정말 잘 알고 쓴 건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집요하게 深掘り(꼬리 질문)를 이어나갔다. 물론 한국이 퀴즈쇼라는 건 내가 신입 개발자 면접을 보러 다닐 때의 얘기고 지금은 아마 경험 위주로 물어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 기업은 이직 면접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결과는 A 회사 합격, B 회사 불합격이었다. B 회사가 떨어진 게 매우 아쉬웠다. 분명 최선을 다했지만 준비는 100%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시간을 넘게 면접을 봤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봐주지 않을까?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평가는 그 정도가 아니었건 것 같다.
 

2차 면접

A 회사 - 기술 & 인사 면접

 엔지니어 한 분과 인사 직원 한 분 이렇게 2 : 1 면접으로 진행됐다. 이번에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B 회사의 경험 때문에 열심히 준비했지만 그럼에도 100%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보았다. 나름 여러 자료를 찾아 IT 엔지니어 직에 나오는 단골 질문과 내 이력서에서 나올 꼬리 지문 위주로 준비를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이때부터 정신적으로 대미지가 날마다 쌓였던 것 같다. 외국어로 면접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을 준비한다는 게 모국어의 3-4 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렇게 2차 면접을 보게 됐고, 개인적으로 굉장히 크리티컬 했던 질문이 있었는데 Java를 사용하면서 가장 신경 쓰고 주의하고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얘기해 달라는 것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고 단순히 '모르겠다'라고 대답하려던 찰나 '일반적인 스크립트 언어와 달리 타입도 필수로 지정되어야 하고, C처럼 메모리 관리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잘 만들어진 언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今度、キャッチアーップします.(찾아서 공부해 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실 이 표현은 일본어 면접 준비를 할 때 잘 모르는데 주절주절 헛소리하지말고 이렇게 답하라는 일본인 유튜버의 말이 생각나 급하게 지어낸 답변이었다. 이 질문을 제외하고는 내 경력 기술서에 한 내용을 정리하고 표현하는데 문제없이 잘 대답했다. 다른 질문에서의 深掘り는 열심히 준비한 만큼 대비가 가능했고 잘 답변했다. 그리고 2차 면접 합격 연락을 받았다.
 

SPI

 A 회사는 성격 검사 같은 문제 유형이었고 문제없이 풀었다. 그런데, B 회사는 SPI라고 문제 유형도 기업 적성검사처럼 제대로 나오는 것 같았는데 말 그대로 1도 준비를 안 했기 때문에 망하면 이것 때문에 망할 거라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취활 중인 중학교 때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거 단기간에 안된다고 그냥 내 베이스로 풀어야 된다고 했다. 수학은 기초 수학 지식이 있다면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왔고 꾸역꾸역 풀었는데 문제 난이도보다 시간이 너무 짧아서 뇌에 과부하가 왔다. 전혀 준비하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국어(일본어) 문제는 해석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성격 검사도 진행했는데 끝나니 오랜만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많은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그저 기본 베이스로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노력했을 뿐이었다.
 

최종 면접날

 최종 면접은 일본에서 엔지니어 분들과 인사팀 직원분들이 한국에 와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이 날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왜냐하면, 나 혼자 정장을 안 입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원래 보수적이라 면접 정장은 국룰 수준을 넘어 정장을 입지 않는 걸 금기처럼 여기는데 나는 밝은 베이지 색 니트에 검은색 슬랙스 바지, 나이키 에어포스 하얀색을 신고 갔다ㅋㅋㅋㅋㅋ 이렇게 입은 이유는 사실 면접 복장 안내가 따로 없었고 물어보니 비즈니스 캐주얼을 추천합니다라고 하기에 그냥 이렇게 입어야지 하고 갔을 뿐이다. 솔직히 정장도 없는데 이거 때문에 굳이 사는 건 돈이 아까웠고, 다들 정장을 무조건 입을 거라고 생각해 오히려 정장 안 입은 소수의 인원으로 눈에 띌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나만 안 입고 올 줄은 몰랐다. 이거 때문에 초반부터 표정이 매우 굳어졌다. 특히 다른 지원자가 내가 면접 도와주는 스탭이라고 생각하고 나한테 어디에 앉아야 되냐고 물어볼 때 멘탈이 많이 흔들렸다. 집에 가고 싶었다. 나중에 면접관님께 여쭤보니 "복장은 전혀 상관없다", "아무도 그 부분을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면접관님들 복장도 매우 자유분방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안심은 하고 있었다. 단지, 나만 정장이 아닌 점에서 많이 당황했었다.
 

그룹 좌담회

 기업 소개 및 면접관분들의 인사가 끝나고 그룹 좌담회가 이어졌다. 좌담회에서는 인사팀 직원 분과 엔지니어분께 여러 질문을 나눌 수 있는 캐쥬얼 그룹 토크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여기서 다른 지원자들이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들 여기서 눈에 띄려고 열심히 질문을 하는 게 보였다. 2-3명의 지원자가 미친 듯이 손을 들며 질문하는데 일본어를 매우 잘하는 사람도, 조금 어색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이 시간이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인사 팀 직원분이 나한테 질문이 없냐고 여쭤보셨고 순간 당황해서 "어제 한국에 오셨죠? 식사는 어떠셨나요?"와 같은 뻘소리를 해버렸다. 그리고 면접 순서가 나오고 대기 장소에서 기다렸다.
 

다른 지원자들과의 대화

 그룹 좌담회에서 일본어를 매우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 바로 말을 걸었다. 내가 말을 건 거에 대해 당황한 눈치였지만 내가 "일본 취업을 노리는 다른 한국인 개발자들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대기 시간이 기니 별도로 준비하시는게 아니라면 조금 얘기 나누실래요?" 하니 흔쾌히 좋다고 하셨다. 그렇게 그 분과 얘기를 했는데 일본에 간 적도 없는데 일본어를 경어 표현까지 매우 잘하셨다. 일본 이직 준비를 1년여간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 1년 동안 이직이 안된다는 얘기는 눈이 엄청 높거나, 뭔가 본인이 놓치고 있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얘기 도중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여자분과도 함께 얘기를 나누어 3명이서 한참을 얘기를 나누다가 서로 같이 합격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면접을 보러 갔다.
 

최종 면접

 면접에서는 1차 면접과는 다른 두 분과 2:1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 질문은 2차 면접보다 훨씬 깊게 물어보는 느낌이었다. 인사 질문과 기술 질문 전부 그랬다. 특히 기술 질문은 정말 크리티컬 한 질문이 많았다. 내가 경력 기술서에 어필한 내용 중 트러블 슈팅한 내용이 있었는데 면접관님께 들은 질문의 예시를 들면 '이력서를 보면 꾸준히 공부한다고 어필을 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이 트러블 슈팅한 부분을 다시 생각했을 때 더 좋은 방법이나 완전히 다른 방법이 생각날 거라고 생각한다. 떠오르는 게 있다면 얘기해 달라.'와 같은 내용이었다. 즉, 기술 질문을 통해 내가 이력서에 쓴 내용이 단순히 말 만인지 진짜인지를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이 부분은 당황하기도 했고 잘 모르겠어서 답을 잘 못했다. 이 외에도 최근 공부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정말 깊게 물어봤고 이건 자신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깔끔하게 답을 하기도 했다.
 

합격 후 느낀 점

 최종 면접까지 진행하고 느낀 건 세 가지이다. 첫 번째, 경력 기술서의 내용은 자신이 정말 고민하고 성과를 만들어 낸 것만 적어야 한다. 그리고 경력 기술서로부터 나오는 모든 형태의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경력기술서에 미끼를 던져야 한다. 사실상 어떤 질문이 주로 나올지에 대한 예측률은 내 경력 기술서의 매력도와 비례한다. 고로 좋은 원재료(회사에서 열심히 한 일)를 가지고 최고의 요리(잘 표현)를 만들어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 큰 기업일수록 인사 면접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나의 경우 최종 합격한 회사의 인재상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가치관에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를 어필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이 부분은 다른 글에서 공유하겠다.)
 

일본으로

 이제 다음 주 월요일에 퇴사를 하게 되고 약 두 달 뒤에 일본으로 넘어간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직장에서의 시작에 설렘 반 걱정 반인 것 같다. 기존 회사에서는 트래픽이 발생하지 않는 연구 형태의 프로젝트만을 지속했다. 그것이 내 커리어에 있어 큰 불안함 중 하나였다. 이직할 회사는 대규모 개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비교적 짧은 경력으로 대규모 운용 기술과 고도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대량의 트래픽을 얻어맞으며 개발 업무 내외적으로 크게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또, 내가 정말 좋아했던 일어일문학이란 전공을 그저 추억으로 묻어 두지 않고 나의 일에 일부로 만든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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